모로코 여행 후기 2 : 마조렐 정원

 마라케시에서 가장 유명한 정원.

마라케시에서의 둘째날의 시작을 이곳으로 하려 했으나... 아침에 눈을 뜨며 발견한 다래끼는 그 일정을 약국으로 바꿔두었다.

번역기 덕분에 문제없이 연고를 사고 계획대로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40분 정도 걸으니 정원의 입구에 도착했다. 나는 10시 반 입장으로 예매를 해놔서 주변 골동품? 기념품 가게를 구경하다 시간에 맞춰 돌아갔다. 쨍쨍한 해를 맞으며 입장을 기다리는데, 처음엔 티켓을 못 산 사람들이 서는 줄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나같이 현명하게도 티켓을 미리 산 사람들은 프리패스로 입장할 줄 알았는데 티켓의 qr코드를 찍는 것이 느려 줄이 생겨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qr만 찍는데 무슨 시간이 걸리나 하고 봤더니, 직원이 한 명 찍고 농담 한마디, 한 명 찍더니 이상하다면서 다른 곳으로 보낸 동안 계속 지켜보기 등 비효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내가 한국인이라 그런걸까. 아니면 내 앞의 프랑스인들도 똑같이 한심하게 생각할까. 나는 궁금했다.

정원에 입장하니 조용했다. 5초마다 한 번씩 들리는 경적 소리와 배경음악처럼 깔리는 오토바이 엔진 소리가 없는 것만으로 극적인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1분정도 거닌 후에는, 이 정원 그닥 대단하진 않은데 하는 생각이 이어졌다. 정원은 종려나무와 몬스테라 등 각종 열대 식물들과 함께 대나무와 잉어 연못 등 이국적인 요소들로 채워져 있었다. 문제는 나도 이국의 무언가라는 것이다. 대나무야 초등학교 뒷산에 가면 지천으로 자라고 있고, 잉어 연못은 숯불 가든만 가도 있는 한국 출신으로써, 그 '이국적'이라는 것에 도무지 가치를 줄 수가 없었다.

그런 직후 내 머릿속을 스친 또 하나의 생각은 내가 이 이국적이라는 정원과도 같다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나와 같은 처지의 아프리카 소재 동양인이 이 정원과 같지 않나 싶었다. 자신들의 일상에 독특하고 새로운 무언가로 바라볼 수 있는 대상이라는 점에서, 모로코가 자랑하는 마조렐 정원이나 수염을 기르고 하와이 셔츠와 선글라스를 걸친 채 돌아다니는 동양인인 나는 다를 바가 없이 느껴졌다.

그래서 조금 슬퍼졌다. 비유를 찾아보자면 멀지 않은 제국주의 시절 만국박람회에서 인간 전시의 한 섹션을 차지한 동양인 여자아이를 쳐다보는 조선인 유학생(이 있었다면)의 심정이 아닐까. 물론 그정도로 문제의식이 있는건 아니겠지만, 그 슬픔의 방향은 최소한 비슷한 것 같다. 

또, 이 여행자는 자신이 돌아갈 이국이 있지만, 이 정원은 영원히 이국의 무언가로 남아 구경당해야?한다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나는 그런 심정인 채로 정원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베르베르인 박물관을 구경하고, 상품을 샀다. 내가 산 건 Moroccan morning 이라는 찻잎과 향초였다. 나쁘지 않은 가격에 향도 무난해 구매했는데, 이 글을 적으며 생각해보니 이 정원에서의 기억을 물건으로라도 더 남기려고 했었던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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