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블로거에 들어왔다.
처음 시작했던 소켓 프로그래밍 이야기도 아니고, 게임 디자인 이야기도 아닌, 내 이야기를 조금씩 적어보려고 한다. 게임 디자인 이야기는 정리할만한 내용이 있다면 언제든 적을 수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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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도덕 선생님이 철학을 굉장히 좋아하시던 분이셨다.
수업 중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는데, 바로 '화두'에 대해서 설명하던 때였다.
'나 이 뭣고' 가 어떤 뜻인지를 열심히 설명해주시는데, 그걸 듣는 우리들은 무슨 소린지 알아듣지도 못하고 알아들을 의지도 없이 선생님을 비웃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때 들려준 또 다른 화두는 15살의 나에게서 지금의 27살이 될 때까지 항상 마음 속에 남아 가끔씩 떠올랐다.
아무도 위치를 모르는 조용한 숲에서, 나무 한 그루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넘어갔다. 아무도 이 장면을 보거나 듣지 못했다면, 이 나무는 과연 쓰러진 것일까?
내 기억엔 처음이 화두를 들었을 때 '당연히 쓰러진 거지, 쓰러졌다면서?'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20살 초중반이 되어서 무렵부터는 생각이 바뀌었던 것 같다.
아무도 존재하는지 알지 못하는 무언가는, 과연 존재하는걸까?
무언가가 존재하려면 그것을 인지하는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만 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존재'는 인식되어야만 그 존재함을 인정받는다, 그런 생각이었다.
예시를 들어보자. 바다 건너 미국에는 일론 머스크라는 사람이 있다. 나는 이 사람을 만나본 적도, 멀리서 통화를 해 본 적도,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접촉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이 사람이 지금 지구상에 존재하고 이 순간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수많은 뉴스나 유튜브 영상에서 그의 존재를 인지시켜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일론 머스크는 나를 절대로 모를 것이다. 나는 나의 존재가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진 것도 아니고, 그럴만한 업적이나 역사를 쌓은 것도 아니다. 지금 이 글이 흘러흘러 일론 머스크가 잠깐 쉴 때 그의 휴대폰에 떠서 'HORA'라는 유저가 글을 작성한 것을 확인한다면 모를까...
이런 상태에서, 위의 화두에서 내가 다다른 생각대로라면 일론 머스크는 나에게 존재하는 사람, 살아있는 사람이고, 나는 일론 머스크에게 있어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이 철학(이것도 철학일까?)을 체화하자 삶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었다.
나는 오래 살고 싶다.
다만 이 문장에서 '살고 싶다'는 단순히 육체의 건강과 지속성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존재를 인지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내 존재의 인지가 오랫동안 유지될 수록 나는 오래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 어딘가 내가 남긴 유산, 지식, 기록, 역사를 사람들이 인지한다면 나는 그들에게 있어 살아있다 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진시황은 자신의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비록 육체는 썩어 없어졌지만 그 이름과 행적은 지난 천년간 회자되고 앞으로의 천년도 끄떡없을 테니까.
위의 문장을 다시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나는 나의 행적이 오랫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쳐 그들이 나라는 존재를 인지하게끔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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