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부터 참여한 PUBG New State가 6월 12일부터 이틀간 알파 테스트를 시작했다.
이 날 내가 느꼈던 좋은 감정과 단상들을 정리하고 나중의 내가 이 기억을 필요로 할 때를 위해 남겨두려고 포스트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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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 않은 게임 디자이너로써의 커리어에, 10년이상 라이브 운영된 프로젝트와 얼리액세스를 하는 프로젝트와 출시하지 않은 신규 프로젝트를 모두 경험할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나에게 이 세 프로젝트의 가장 큰 차이가 뭔지 물어온다면, 신규 프로젝트는 다른 두 타입과는 다르게 유저의 피드백을 얻을 수 없는 점이라고 하고싶다. 모든 게임의 궁극적인 목적은 '누군가 플레이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유저들이 우리의 게임을 플레이하고싶어하는지, 계속 하고싶어하는지, 어떤 점을 좋아하고 어떤 점을 싫어하는지 아는것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또, 앞으로의 게임 개발 방향에 대한 첨삭을 제외하더라도, 게임을 만들어나가는 개발진에게는 무엇보다 강력한 동기부여를 제공해준다.
신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약 1년 3개월 간, 라이브 서비스에서 주기적으로 얻을 수 있었던 유저로부터의 동기부여가 사라진 것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또 사양을 정하고 구현하는동안 이렇게 만드는 것이 맞는걸까? 우리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주요 동향은 사실 이런 방향이 아닌것은 아닐까? 하는 수많은 고민이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알파 테스트에 엄청나게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의식적으로 그러진 않았지만 알파 테스트 전날부터 누구 못지않게 긴장하고 기대하고 걱정했던 것을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되었던 것 같다.
알파 테스트에 참여하려면 기술적인 이유로 회사로 나와야한다는 말을 듣고, 일말의 고민도 없이 토요일에 출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출근하자마자 먼저 도착해있던 동료와 두어판을 하고나니 다른 기술적인 이유로 사내 IP로 플레이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때의 아쉬움이란! 여태 그렇게 많이 했던 똑같은 게임을, 하루에 세 판만 하면 힘들어서 하루종일 진이 빠졌던 그 게임이 오늘만큼은 하루종일도 할 수 있게만 보였다.
그 후부터는 일기를 쓰는 새벽 1시 26분까지도 유튜브와 트위치와 페이스북과 네이버 카페를 하루종일 돌아다니면서 유저들의 경험담과 피드백과 감상과 비교를 찾아다니는 중이다.
나는 얼마나 이런 피드백에 목말라있던 것일까? 우리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튜버의 라이브 스트림을 보고 있자면 정말이지 배도 고프지 않고 잠도 오지 않는다. 게다가 나와 똑같이 테스트 시작부터 아직까지 잠도 안자고 계속 게임 스트리밍을 하는 유튜버를 보고있으면 무한한 감사와 뿌듯함과 책임감마저 느껴진다.
라이브 서비스에서도 이런 유저의 반응을 느낄 수 있지만,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신규 피쳐들에 대한 반응들이 작은 것이라면, 새로운 게임을 통째로 만들어서 한번에 발표할 때의 반응은 비교할 수 없이 크게 느껴진다. 쉽게 말하자면 라이브 서비스는 잽을 여러 번 맞는 느낌이라면 신작 공개는 정통으로 맞는 훅과 같다.
인간은 모든 행동에 충분한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피드백이 부족하면 그 행동을 다시 할 이유와 동기를 구하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피드백으로부터 다음 행동을 할 이유를 찾게되는 것일거다.
나는 이런 피드백을 위해 게임을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고민, 나의 작업, 나아가 내가 속한 조직의 각자가 들인 각고의 노력에 대한 피드백이 긍정적이기를, 또한 크기를 바라면서 게임을 만드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도대체 나는 오늘 언제 자게되는 걸까. 이 날의 행복한 기분을 조금이나마 더 길게 느끼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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