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심각해진 코로나 사태에, 집 밖에 나간지도 오래다.
정말 답답할 때 동네를 한바퀴 산책하는 정도를 제외하곤 누군가를 만나거나 외식을 하는 등의 외부 활동을 일체 중단했다.
그런 만큼 집에서 부모님과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며 함께 TV를 보고 이야기를 할 수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나에게 남았던 고민을 하나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나는 예전부터 넷플릭스 구독을 해놓았는데, 집에 스마트 TV가 들어온 이후 내 계정을 연동해서 보곤 했다. 이 참에 넷플릭스를 부모님께 영업(?) 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취향에 맞을만한 영화나 드라마를 소개하고, 넷플릭스가 어떤 시스템인지, 어떻게 오리지널 컨텐츠를 만드는지 등등 많은 설명을 곁들였다.
특히 내가 넷플릭스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인, 재미있는 드라마들을 소개하는데에 공을 들였는데, 예상 외로 아버지는 물론이고 드라마를 좋아하는 어머니마저 쉽게 집중하지 못하고 금방 다른 것(스마트폰)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평소에도 드라마가 호흡이 길고 (영화보다)오랜 시간을 들여 봐야한다는 점에서 드라마보다 영화를 선호하셨지만, 어머니는 평소에도 드라마를 항상 보시는데 왜 그런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 놀라운건, 원래 드라마를 볼때 전혀 그러지 않았던 나마저 TV로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면 왜인지 모르게 집중이 안되고 산만해지는 것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러다 <하이바이, 마마!> 라는 한국 드라마를 어머니와 함께 보게 되었는데,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 드라마가 한시간이 훨씬 넘는 것 같다고. 그 말을 듣고 깨달았다.
방송사에서 과연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시청자들을 위할 겸 수익창출 겸 중간 광고라는 시스템을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단순히 수익창출을 위해 중간 광고를 넣었는데, 시청자들이 여기에 익숙해지면서 영상 시청의 호흡이 짧아진 것 일수도 있겠다. 또 유튜브에 익숙해지면서 짧은 길이의 영상에 익숙해진 것도 영향이 있을지 모른다.
게다가 평소에 컴퓨터로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는 잘 보던 나도, 거실의 TV라는 환경 속에서는 중간 광고에 익숙해져서 부모님과 동일한 집중 저하를 경험한 것 같다.
이런 생각에 다다르자, 이것이 게임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이전 포스트에서도 여러번 언급한 '몰입flow'이 무조건 오랫동안 유지될수록 좋은걸까?, 아니면 몰입을 잘 유지하더라도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유지시간 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걸까?
몰입이 지나치게 오래 유지되는 것에도 몇 가지 문제가 있어보인다.
우선 아무리 게임이 재밌어도 유저가 투자할 수 있는 개인 시간은 한계가 있다. 더 하고싶은데 시간이 없어 게임을 억지로 끄는 것,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게임에 대해 계속 생각하는 것이 개발사의 입장에서는 좋은지 몰라도 과연 유저에게 유쾌한 경험인지는 쉽게 말할 수 없다.
또 위에서 말한 넷플릭스의 예시처럼, 유저를 피곤하게 만든다. 이때 유저에게 드는 생각은, '왜 내가 피곤하지? 이 컨텐츠(드라마, 영화, 게임)가 실은 재미없는걸까? 정말 재밌다면 끝까지 순식간에 시간이 삭제되어야 하는 것 아냐?' 일 수 있다. 게임이 잘 만들어지고 몰입을 유지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런 생각을 하게 한다면 유저는 상황을 오해하고 게임 자체의 질을 탓할 수 있다.
게임을 디자인하면서 유저가 게임에 몰입하도록 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게임의 룰에 대해 점진적인 이해를 도우면서, 너무 어렵지도 너무 쉽지도 않은 과제를 제공하고 그 성공/실패에 알맞는 피드백을 제공하며 유저가 다음 단계로 나아갔을 때 주어지는 과제와 피드백 또한 적절하게 증가해야한다.
하지만 유저의 몰입을 적절한 때에 멈추고 휴식을 제공하며, 그 후 다시 몰입에 들어가게 하는 것은 더 어려워보인다. 이 때 휴식은 어떤 방식이 되어야 할까? 게임 플레이는 계속하되 유저에게 요구되는 것 없이 평화롭고, 스토리와 전혀 상관없는 짧은 내용의 무언가가 노출되어야 하나? 아니면 정말 유저가 게임을 끄고 잠시 과자와 우유라도 가져와서 먹으며 유튜브를 10여분 보고 다시 게임을 켜게 만들어야할까?
전자의 경우라면, 유저가 게임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잠시 느슨하게 있게 할 '휴식 컨텐츠'의 선정이 중요할 것이다. 후자라면 몰입을 유저가 원할 때 쉽게 끊을 수 있고, 잠시 후 다시 게임을 쉽게 켤 수 있도록 해야한다. <오버워치>처럼 한판을 가볍게 하고 끌 수 있는, 호흡이 짧은 게임이 유리하리라 생각된다.
머릿속에 든 생각을 너저분하게 늘어놓아 가독성이 높진 않지만, 몰입의 지속시간에 대한 고민은 분명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답을 찾아봐야겠다.
정말 답답할 때 동네를 한바퀴 산책하는 정도를 제외하곤 누군가를 만나거나 외식을 하는 등의 외부 활동을 일체 중단했다.
그런 만큼 집에서 부모님과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며 함께 TV를 보고 이야기를 할 수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나에게 남았던 고민을 하나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나는 예전부터 넷플릭스 구독을 해놓았는데, 집에 스마트 TV가 들어온 이후 내 계정을 연동해서 보곤 했다. 이 참에 넷플릭스를 부모님께 영업(?) 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취향에 맞을만한 영화나 드라마를 소개하고, 넷플릭스가 어떤 시스템인지, 어떻게 오리지널 컨텐츠를 만드는지 등등 많은 설명을 곁들였다.
특히 내가 넷플릭스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인, 재미있는 드라마들을 소개하는데에 공을 들였는데, 예상 외로 아버지는 물론이고 드라마를 좋아하는 어머니마저 쉽게 집중하지 못하고 금방 다른 것(스마트폰)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평소에도 드라마가 호흡이 길고 (영화보다)오랜 시간을 들여 봐야한다는 점에서 드라마보다 영화를 선호하셨지만, 어머니는 평소에도 드라마를 항상 보시는데 왜 그런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 놀라운건, 원래 드라마를 볼때 전혀 그러지 않았던 나마저 TV로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면 왜인지 모르게 집중이 안되고 산만해지는 것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러다 <하이바이, 마마!> 라는 한국 드라마를 어머니와 함께 보게 되었는데,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 드라마가 한시간이 훨씬 넘는 것 같다고. 그 말을 듣고 깨달았다.
TV 채널에서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는 중간 광고가 있어 한번 쉬었다 다시 볼 수 있는데, 넷플릭스는 그런 것 없이 쭉 봐야 한다는 것.바로 이 차이점 때문에, 한번 호흡을 끊고 '휴식'을 취했다가 다시 몰입할 수 있는 TV와 달리 넷플릭스는 쉴틈없이 한시간 가량 계속해서 보는 와중에 피로감이 발생하는 것이었다.
방송사에서 과연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시청자들을 위할 겸 수익창출 겸 중간 광고라는 시스템을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단순히 수익창출을 위해 중간 광고를 넣었는데, 시청자들이 여기에 익숙해지면서 영상 시청의 호흡이 짧아진 것 일수도 있겠다. 또 유튜브에 익숙해지면서 짧은 길이의 영상에 익숙해진 것도 영향이 있을지 모른다.
게다가 평소에 컴퓨터로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는 잘 보던 나도, 거실의 TV라는 환경 속에서는 중간 광고에 익숙해져서 부모님과 동일한 집중 저하를 경험한 것 같다.
이런 생각에 다다르자, 이것이 게임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이전 포스트에서도 여러번 언급한 '몰입flow'이 무조건 오랫동안 유지될수록 좋은걸까?, 아니면 몰입을 잘 유지하더라도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유지시간 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걸까?
몰입이 지나치게 오래 유지되는 것에도 몇 가지 문제가 있어보인다.
우선 아무리 게임이 재밌어도 유저가 투자할 수 있는 개인 시간은 한계가 있다. 더 하고싶은데 시간이 없어 게임을 억지로 끄는 것,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게임에 대해 계속 생각하는 것이 개발사의 입장에서는 좋은지 몰라도 과연 유저에게 유쾌한 경험인지는 쉽게 말할 수 없다.
또 위에서 말한 넷플릭스의 예시처럼, 유저를 피곤하게 만든다. 이때 유저에게 드는 생각은, '왜 내가 피곤하지? 이 컨텐츠(드라마, 영화, 게임)가 실은 재미없는걸까? 정말 재밌다면 끝까지 순식간에 시간이 삭제되어야 하는 것 아냐?' 일 수 있다. 게임이 잘 만들어지고 몰입을 유지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런 생각을 하게 한다면 유저는 상황을 오해하고 게임 자체의 질을 탓할 수 있다.
게임을 디자인하면서 유저가 게임에 몰입하도록 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게임의 룰에 대해 점진적인 이해를 도우면서, 너무 어렵지도 너무 쉽지도 않은 과제를 제공하고 그 성공/실패에 알맞는 피드백을 제공하며 유저가 다음 단계로 나아갔을 때 주어지는 과제와 피드백 또한 적절하게 증가해야한다.
하지만 유저의 몰입을 적절한 때에 멈추고 휴식을 제공하며, 그 후 다시 몰입에 들어가게 하는 것은 더 어려워보인다. 이 때 휴식은 어떤 방식이 되어야 할까? 게임 플레이는 계속하되 유저에게 요구되는 것 없이 평화롭고, 스토리와 전혀 상관없는 짧은 내용의 무언가가 노출되어야 하나? 아니면 정말 유저가 게임을 끄고 잠시 과자와 우유라도 가져와서 먹으며 유튜브를 10여분 보고 다시 게임을 켜게 만들어야할까?
전자의 경우라면, 유저가 게임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잠시 느슨하게 있게 할 '휴식 컨텐츠'의 선정이 중요할 것이다. 후자라면 몰입을 유저가 원할 때 쉽게 끊을 수 있고, 잠시 후 다시 게임을 쉽게 켤 수 있도록 해야한다. <오버워치>처럼 한판을 가볍게 하고 끌 수 있는, 호흡이 짧은 게임이 유리하리라 생각된다.
머릿속에 든 생각을 너저분하게 늘어놓아 가독성이 높진 않지만, 몰입의 지속시간에 대한 고민은 분명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답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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