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때 플레이했던 둠은, 끝까지 깬 적은 없지만 항상 기억에 남는 것이었다.
둠 클론, 혹은 FPS라고 불리는 장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전설의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이 반가웠다.
이 영상에서는 특히 둠의 몬스터 디자인, 레벨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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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의 적(몬스터)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1. 확실히 차이나며Distinct
2. 일관성이 있고Consistent
3. 알기 쉬운 행동패턴을 가진다Discernible
이는 다른 말로, 둠에 등장하는 모든 몬스터들이 서로 '직교하는 유닛 차별화Orthogonal Unit Differentiation'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직교한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독립적인 것을 의미한다. 즉 게임의 어떤 요소들(둠에서는 몬스터들)이 완전히 독특한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요소의 강화/약화된 버전이 아니라는 뜻이다.
2차원 그래프에서 가로에 스피드, 세로에 공격력을 두고 둠의 몬스터들을 그 위에 표시해보자. 그러면 몬스터들이 그래프의 사분면에 광범위하게 흩어져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가능성의 영역Possibility Space'이 넓음을 의미한다. 이는 심시티의 제작자 윌 라이트가 언급한,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설명하는 데 썼던 말이다. 다른 말로는, 플레이어에게 게임에서 닥칠 수 있는 일들이기도 하다.
이렇게 게임 속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할 때,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의도한 플레이를 하며, 무언가 의미있고 전략적인 결정을 내리며 즐거워 한다. 눈 앞에 랜덤하게 펼쳐진 상황에 아무렇게나 대응하는 것은 재미없다고 느낄 것이다.
헤일로는 둠의 레벨 디자인을 계승한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신 적들의 면모가 조금 더 복잡하고 흥미롭게 느껴진다. 단순히 공격력와 이동력의 차이를 두고 디자인된 둠의 몬스터에 비해, 항상 짝으로 등장하면서 하나가 죽으면 광분하는 적이나, 체력회복이 뛰어난 몬스터가 등장하는 것은 분명 새롭다. 둠과 마찬가지로, 이런 요소들을 이해하고 있는 유저는 전투에서 어떤 적을 먼저 죽일 것인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무기를 사용할 것인지 고민하고 행동하게 되면서 즐거움을 얻는다.
이런 것들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인간의 단기 기억력과 연결되어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단기 기억은 평균적으로 7개의 요소만 기억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둠의 몬스터도 전부 합쳐 7종이다. 게다가 각 적들의 비주얼과 사운드도 분명히 구분된다. 이 덕분에, 유저가 한 스테이지에 돌입해서 적들을 흘깃 보기만 하면, 어떤 적이 어디에 있는지 쉽게 파악하고 기억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전략을 구상할 수 있다.
이런 적들이 있다면, 레벨 디자인 또한 풍성해진다. 단순히 많은 몬스터를 집어넣는 식보다, 적들의 조합을 잘 구성하고, 지형지물과 맵 디자인을 첨가해 흥미로운 레벨을 제공하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넓은 홀에서 원거리 공격 몬스터와 근접 공격 몬스터가 함께 있다면, 좋은 전략 중 하나는 빙빙 돌면서 원거리 공격 몬스터를 먼저 제거하고 천천히 근접 공격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이다. 복잡하고 좁은 미로에서 같은 상황을 맞이한다면, 멀리서 날아오는 공격을 대신 맞아줄 근접 공격 몬스터를 내 앞에 두고 컨트롤하면서 상대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정리하면, 둠에서 배워야 할 게임 디자인 중 하나는, 수가 적지만 개성이 분명한 적들이 있기 때문에 주어진 맵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판단과 행동의 과정 속에서, 유저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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