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 of Game Design 리뷰] 인터페이스 제작의 7가지 요령

제시 셸이 지은 'The Art of Game Design'은 게임 디자인에 관한 책들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고 많은 영감을 받은 책이다. 게임이라는 장르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으면서도,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히도록 쓴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이 책에서 아무 페이지나 잡고 열었을 때 적혀있는 내용을 정리하고, 거기에 내 사족을 붙이는 방식을 사용해보려고 한다.

오늘은 한글 번역본 333페이지의 '게임 인터페이스 제작 요령' 7가지에 대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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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하향식Top-down

쉽게 설명하자면 다른 게임의 인터페이스를 도용하라는 뜻이다. 다만 다른 사람의 지적 재산권을 훔치라는 나쁜 뜻이 아니고, 비슷한 장르의 성공적인 게임, 혹은 장르 안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인터페이스가 있다면 일단 차용하라는 의미이다.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의 경우 화면 우측 하단에는 미니맵이 있다(가끔 다른 위치에 있기도 하지만). RPG 장르의 경우 I키를 누르면 인벤토리 UI가 등장한다. 이런 인터페이스의 예시는 장르 특성에 적합하다거나 가장 직관적이라거나, 혹은 이 외에 수많은 이유들 때문에 유저들에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따라서 비슷한 기능이나 경험을 제공하고자 할 때 이미 흔하게 차용되는 인터페이스가 있다면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편하다.
또, 실제로 그 인터페이스가 어떤 이유로 흔해졌는지는 모르지만, 어찌되었건 유저들은 같은 장르의 게임을 할 때 항상 그 인터페이스가 있을 것이라 가정할 것이다. 이미 유저는 그 인터페이스에 학습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학습되었던 내용이 새 게임에서 사용될 수 없거나, 같은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다른 학습이 필요하다면 유저는 싫증을 낼 것이다.

일단 흔한 인터페이스를 적용하고 나면, 테스트를 통해 이 인터페이스가 당신의 게임도 적합한지, 살짝 손볼 부분이 있진 않은지를 검증해야 한다. 같은 RPG 장르의 게임이라 해도 인벤토리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내용이 다를 수 있다. 이런 경우 인벤토리 인터페이스를 일단 구현해 놓고, 빼야 할 것은 빼고 더해야 할 것은 더하는 식으로 맞춤형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수 있다.

#2 : 상향식Bottom-up

게임에서 유저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원할 지를 고민하면서, 바닥부터 하나하나 만들어나가는 방식이다. 앞서 설명한 하향식과는 정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방식은 게임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려고 한다거나, 참고할만한 성공적인 게임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 도전할 만 하다. 또는, 차용할만한 인터페이스가 있음에도 이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하향식에서는 발산하기 힘든 창의력이나 접근법이, 상향식에서는 마음껏 꽃피울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시행착오와 프로토타입 제작을 겪어야 하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해야만 한다.

#3. 인터페이스의 테마화

비록 게임 컨셉 디자이너와 인터페이스 UI 디자이너가 다른 사람일 경우가 많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테마를 통일시키는 것은 언제나 중요하다. 인터페이스의 외형과 그 조작에서의 사용자 경험이 게임 자체의 컨셉을 유저에게 전달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4. 사운드의 중요성

BGM이나 이펙트 사운드 외에도, 인터페이스 조작에 들어가는 사운드 또한 매우 중요하다. 특히 사람은 무엇이든지 매핑, 즉 두 가지 다른 요소의 연관성을 찾아 연결짓는 것을 항상 하기에, 특정 인터페이스 조작 시 특정 사운드가 들린다면 인터페이스 조작을 학습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현실에서는 무언가를 조작할 때 항상 손에서 느껴지는 촉감이 매핑 대상이 되는데, 게임에서는 그런 것이 없으므로 이를 대신할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사운드는 여기에 사용되기에 아주 적합하고, 코스트도 적다. 다만 인터페이스가 현실에 있다면 어땠을까를 고려해서, 그 느낌을 게임 속에서 전달할 때 어떤 소리가 최선일지를 고민해야한다.

#5. 선택지는 너무 많지도 않게, 너무 적지도 않게

인터페이스가 제공하는 조작이 너무 많다면, 유저는 원하는 조작을 찾느라 시간낭비를 하고, 혼란스러워 할 것이다. 반대로 조작이 너무 적다면, 유저는 원하는 조작을 할 수 없어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정답은, 물론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다. 추천할만한 방법은, 인터페이스에 계층을 만들어서, 한번에 노출되는 조작은 그리 많지 않지만, 유저가 원하는 조작을 찾기 위해 계층을 타고 들어갈 수록 세밀한 조작이 나오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인터페이스에서 우선적으로 노출되어야 할 것들의 목록, 나아가 우선순위를 작성하는 것을 추천한다. 우선순위가 높은 것이 처음에 나오고, 낮은 것은 그 안에 숨어있으면 된다.

#6. 은유를 사용하자

유저에게 인터페이스 조작을 학습시키고 적응하게 하기 위해, 유저가 이미 이해하고 있는 것을 떠올리게 하기 위해 은유를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로봇을 조종하는 네트워크 게임에서, 서버와의 동기화를 위해 딜레이가 존재한다고 하자. 이 때 딜레이 동안 네트워크 지연이라는 텍스트만 등장하는 식이라면 유저는 혼란스러워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딜레이가 있음을 로봇 위에 '전파 송신' 아이콘을 띄움으로써 알리고, 지직거리는 사운드를 넣는다면 유저는 즉각적으로 상황을 이해할 것이다. 이는 유저가 기존에 전파 송신에 딜레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고, 이를 게임에서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게다가, #3에서 이야기한 대로 테마화시키는 것에도 성공했다.

#7. 테스트는 중요하다

상향식이건, 하향식이건 상관없이, 인터페이스는 수많은 테스트를 필요로 한다. 프로토타입을 간단히 만들고 이를 테스트해보자. 사용 시 어디서 문제를 겪는지 눈여겨 본 다음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집중하면 된다.

#8. 규칙을 항상 따를 필요는 없다

하향식으로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할 때, 차용한 인터페이스를 맹신해서는 안된다. 필요에 따라 변화시킬 수 있고, 그래야 한다. 예를 들어 마우스 오른쪽 버튼은 주로 고급 기능이나 특수 모드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되곤 한다. 하지만 게임의 특성상 오른쪽 버튼이 필요가 없다면? 억지로 특수 모드를 넣거나 아무 기능이 없도록 할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른쪽 버튼도 왼쪽 버튼과 동일한 기능을 제공한다면, 유저가 더 편하게 플레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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